저에게 시집은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늘 관심 밖이던 것이었고 굳이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던 서적이었습니다. 제가 그만큼 감성에 메말라있던 것일까요? 아니면 문학이라는 것에 깊이가 없던 것일까요? 20여 년 전부터를 거슬러 제 인생에서 ‘시’가 머물렀던 시절들을 회상해보면,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 아버지 고모 등 온 가족이 저의 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소설책뿐 아니라 간단한 시집을 사주시기도 하고 낭송하게 하며 심지어 자작시를 쓰게 하셨던 기억. 고등학생 시절 국어, 한문 시간에 교과서를 통해 시조를 읊으며 그 뜻을 찾아가며 수업을 듣던 기억. 저에게 ‘시’라는 것은 이 두 시기에 스쳐간 기억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또 한 번 시라는 문학이 제 삶 어느 문턱에 슬쩍하고 다시 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