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오너로서,

같이의 가치,

Sebspark 2020. 9. 20. 19:51

2020년 3월 23일. 프로덕트 오너인 저를 비롯하여 개발자 3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명, 총 5명으로 구성되었던 우리 팀은 전사 조직 개편에 의해 지난 9월 11일을 마지막으로 해산했습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조직의 상황과 목표에 의해 조직 구조의 유연성은 늘 존재한다고 여겨왔었고, 현재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과거 머물렀던 회사에서도 여러 차례의 조직 개편을 경험했기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번 조직 개편은 개인적으로 저에겐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팀장'이라는 역할을 맡아 나의 팀원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은 숙박시설 표준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회사 목표에 적극 기여할 수 있도록 제품가치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정식 팀으로 승격하여 일하게 된 건 6개월이 조금 되지 않지만, 팀원들과는 작년 9월부터 계속 함께였으니, 1년 여간 함께 한 셈입니다.

 

우리 팀과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단연코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함께 한다는 게 말은 쉬운데 막상 여러 사람과 함께 한 팀으로 일하면서 그 느낌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건 쉽지 않습니다.

 

프로덕트나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외로운 순간들이 굉장히 잦을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어떤 이슈든, 어떤 걱정거리든 함께 논의할 수 있고, 서로 진지하게 문제를 바라보며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저는 부족한 기획자이자, 제품 관리자이자, 팀장입니다.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잦기 때문에 나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늘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동료들에게 많은 의지를 합니다. 그리고 동료들은 흔쾌히 함께 해주었습니다.

 

'함께 해주었다'는 말이 마냥 좋은 말만 해주고, 격려만 해주는 게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치열하게 질문하고 치열하게 응답했습니다. 가끔 감정적일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 또한 치열함이었습니다. 서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사실 저는 뻔뻔할 정도로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이야기했고(그게 사실이니까..), 제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면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동료들은 기꺼이 그것들을 두세 번이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비로소 이해가 될 때는 엔도르핀이 솟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단순 에너지 소모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만약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그냥 넘겨버렸다면 우리들 사이에 오해만 쌓였을 겁니다. 중요한 이슈나 태스크에 대해서는 무조건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분기별로 계속해서 회고를 해왔습니다. 원래라면 이번 Scope까지 총 4번의 회고록이 있어야 하는데, 3번의 회고록에서 그쳐버렸네요. 매일마다 데일리 스크럼을 진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분기별 회고를 통해서 우리는 해당 Scope을 전체적으로 함께 리뷰한 뒤 각 개인별로 KPT(Keep, Problem, Try)를 진행합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한번 더 상기하고, 로드맵 어디 즈음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지난 Scope에서 어떤 것들에 대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는지, 다음 Scope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리뷰했습니다.

 

지난 7월에 진행됐던, 우리의 마지막 회고록 일부..

 

이 과정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두에게 익숙했던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모두 다르다 보니, 누군가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피드백 한다는 것이 영 불편하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회고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것들은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개인 회고에 대한 피드백을 머뭇거렸던 동료도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들이 누군가를 비판 또는 질책하려고 하는 것들이 아니라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하고 있다는 것이 비로소 동기화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한다는 건, 서로의 생각이 얼마나 '동기화' 되었느냐인가에 따라 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꼭 '필요해서' 함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료들의 생각이 더해지면, 내가 미쳐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나 염려 사항들이 무엇일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료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혹은 무능해 보일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입을 다물고 숨기기만 한다면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절대 혼자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계속 같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한 팀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회사에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같이의 가치'를 가슴속에 잘 새길 수 있었던 1년이었습니다. 같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제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우리 팀원들이 각자 뿔뿔이 흩어져 다시 맡은 바 역할을 다 할 텐데, 각자의 위치에서 '같이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지난 1년간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 온 나름의 문화를 상기하며, 새로운 팀 동료들과 '같이'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