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생각하는 연습

'시 읽는 남자'가 되다.

Sebspark 2019. 3. 18. 22:14



저에게 시집은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늘 관심 밖이던 것이었고 굳이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던 서적이었습니다. 제가 그만큼 감성에 메말라있던 것일까요? 아니면 문학이라는 것에 깊이가 없던 것일까요?


20여 년 전부터를 거슬러 제 인생에서 ‘시’가 머물렀던 시절들을 회상해보면,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 아버지 고모 등 온 가족이 저의 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소설책뿐 아니라 간단한 시집을 사주시기도 하고 낭송하게 하며 심지어 자작시를 쓰게 하셨던 기억.

 

고등학생 시절 국어, 한문 시간에 교과서를 통해 시조를 읊으며 그 뜻을 찾아가며 수업을 듣던 기억.

 

저에게 ‘시’라는 것은 이 두 시기에 스쳐간 기억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또 한 번 시라는 문학이 제 삶 어느 문턱에 슬쩍하고 다시 발을 내민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회사 팀장님께 ’ 시요일’이라는 앱을 추천받은 것이었죠.


오늘은 이 시요일 앱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시요일을 ‘경험’ 하다

사실 팀장님께 앱을 추천받은 뒤 설치를 하고 처음 실행해보았을 때는 저에게는 그다지 끌리지 않은 서비스였습니다. 시라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는 별로 중요하고 관심 있던 콘텐츠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아침 출근길에 좀비처럼 출근하던 저에게 그윽한 진동음과 함께 아이폰에 알림 메시지가 떴습니다.


삶에서 온전한 건 죽음 뿐이니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깨닫는다.
잃을 것 다 잃고 난 마음의 이 고요한 평화
- 권경인


알림 메시지를 읽은 단 몇 초에 출근길 축 쳐져있는 제 마음에 안도감을 주는 시 구절을 통해 무언가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 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시 구절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상상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당신을 위한 시 한편’ 이라는 시요일의 슬로건을 경험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제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날아온 시는 아니었지만,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저에게 날아와 그 잠깐 사이에 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끔 해준 것입니다. 그리고 시가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후로 아이폰에 떡 하니 자리 잡으며 하루하루 잠시나마 저를 ‘시 읽는 남자’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짧은' 컨텐츠

시요일은 작년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리더 강다니엘 님이 SNS를 통해 자신이 시요일을 통해 시를 읽으며 노래의 가사를 쓸 때 영감을 얻는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고 이후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켰던 ‘시 큐레이션 앱 서비스’입니다.

 

SNS, 유튜브 등 에서 주로 콘텐츠 소비를 하는 10~20대의 시선을 빼앗았고 2019년 3월 현재 약 4만 편의 시를 제공하고 있으며, 출시 2년 만에 이용자가 3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10~20 대 사용자가 30만 명 중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들에게 시요일이 알려지고 이 앱을 설치하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단순히 강다니엘이라는 셀럽이 이 앱을 사용하고 소개했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작년 강다니엘 님이 언급한 이후 지금까지 약 10만 명의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확 하고 순간적으로 불타올랐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약간 다른 쪽으로 접근하여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10~20대의 소비자, 즉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말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부터 2000년 대 출생한 이들로 청소년기부터 인터넷 모바일 사용으로 인해
그 활용도가 탁월한 Z와 Y 세대 간의 교집합으로서 존재하는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하루에 스마트폰을 약 150회 이상 체크하며 그들이 확인하는 누적된 정보량과 소비 시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러 수많은 정보를 단시간 내에 그들이 관심 있는 것들을 위주로 많이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틱톡, 짤방(gif), 하이라이트 영상 등 짧은 휘발성 콘텐츠에 주목하고 열광하는 것이죠. 광고업계에서도 6초의 미학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시라는 콘텐츠가 기타 소설이나 잡지, 블로그 글, 뉴스 기사보다 상대적으로 텍스트 중심의 ‘짧은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읽어낼 수 있다.

짧은 문장 하나로도 영감을 얻어낼 수 있다.

짧은 인터랙션 만으로도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위 세 가지 요인들이 ‘시요일’이라는 서비스가 젊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콘텐츠 소비 활동의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본인 소양을 길러주는 1석 2조의 경험을 제공하지 않았을까요?

 

밀레니얼 세대와 그다음 세대인 Z 세대의 콘텐츠 소비 습관과 행동들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앱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 일까?

시요일을 접하면서 부담 없이 매일 한 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경험은 문학적 소양이 얕은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과연 앞으로도 매일매일 시를 배달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무료로 한 편의 시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 까지는 너무 좋은데 서비스 운영 측면에서 과연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모델로서의 확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시라는 문학에 열광하고 본래부터 꾸준히 접하면서 시집을 별도로 구매하여 읽던 분들이라면 응당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겠지만, 저와 같이 그때그때 감정 상태에 따라 잠시 힘을 얻고 영감을 얻기 위해 시요일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있어서는 글쎄?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료 서비스 가입을 통해 더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시 낭송 서비스><제한 없이 모든 시 열람> 뿐입니다.

 

물론 유료 서비스 자체가 월(monthly) 5천 원, 연(anually) 3만 원 정도로 그리 비싼 편이 아니고 단행본이나 다양한 굿즈를 결합하여 함께 구매하는 패키지가 그렇게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밀리의 서재나 리디 셀렉트 등 여타 E-book 서비스를 약 9,900 원 정도에 이용하면 시집뿐 아니라 더 많은 도서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시’ 만을 위해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메리트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게다가 모바일 앱에서는 요금제(Pricing)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설명이 없어 결제까지 유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무료 서비스만으로도 시를 접하기에는 무리가 없으며 굳이 더 많은 작품을 보기 위해 결제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아직 시라는 작품에 대해서 소비자로서 금액을 지불하기에는 무언가 망설임이 생깁니다.

 

물론 서비스를 운영하는 ‘창비’에서 해당 서비스의 목적이 수익 모델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라는 문학을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과 합당한 상호 간의 가치를 공유하는 명확한 수익모델로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치며..

시요일 앱 자체의 UI 보다는 서비스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게 된 포스팅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UI, 한 화면에 또렷하게 보이는 시 구절 등을 보기보다는 왜 이 서비스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뜨거우며,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보려 노력했습니다. 이것은 오롯이 저만의 생각에서 비롯된 포스팅이며, 잊고 살았던 시적 영감을 받게 해 준 '시요일'에 감사합니다.

 

 

 

 

참고 링크